남편은 죽은 새를 탁자 위에 놓아두고 출근 했다.내 목소리가 내가 듣기에도 좀 차가웠나보다. 남편은 움찔한다.다시 남편의 그 노파같아 보이던 그날 밤(어제인지 그보다 오래 전인지도 아직 알 수 없지만)의 얼굴이 떠 올랐다. 그런데 남편이 정신병을 가지고 있었단 말인가? 분명 그건 이중인격 증상임이 분명했다. 예전에 보았던 영화가 생각이 난다. 그래. 그것과 놀랄만큼 흡사하다.뱀대가리가 쉬익쉬익 소리를 내며 넘실거린다. 대가리가 너무 많다. 무섭다. 마구 반대편으로 뛰어 달아나려는데 뒷전에서 괴물의 음성이 들린다.오른손을 좀 더 움직일 수 있을 것 같다. 좀 더, 좀 더. 살을 헤집고 들어온 주사바늘. 그리고 그 주사바늘에 연결되어 있는 가느다란 비닐 줄. 그리고 그 반대편에 연결되어 있는 링겔병. 그래. 저거다. 독수리, 나는 독수리가 필요해.황급히 링겔주사가 꽂혀 있는 팔을 꼼지락거려서 교묘하게 덮여져 있는 이불을 들춰냈다. 거기 나타난 것은 옷소매가 봉해져 있고 끝에 줄이 달려서 침대에 붙들어매어져 있는 옷. 분명 증상이 심한 정신병 환자들에게 입히는 구속복임에 틀림없다! 왜? 도대체 왜 나를!! 아니. 그것보다도 내 발은 절단 되었단 말인가?해가 있을 때에 잠들면 꿈을 꾸지 않는다. 그러나 그런다고 피로가 풀리지는 않는 것이다. 그러나 밤은 밤에는 영락없이 꿈을 꾼다. 아아, 꿈이라고 믿고 싶다. 차라리 악몽이었다는 것이 확인만 된다면 다시 밤에 잠드는 것이 그다지 두렵지 않을 텐데 그러나 꿈이 아닐까 봐, 꿈이 아닐지도 모르기 때문에 밤에 잠을 이루지 못하는 것이다.더 달려가! 더 달려가 봐!어제의 일이 계속 내 뇌리에서 떠나지를 않는다. 어젯밤 나는 왜 그랬던가?. 아아. 모르겠다. 하루종일 그 생각에 아무 일도 제대로 할 수가 없었다. 무섭다. 무섭다.정신이 좀 드십니까.도대체 무슨 말이야? 아아. 당신. 당신 정말 이상해이상해진거야. 병원. 병원!하이드라의 새로 계속 돋아나는 머리. 바로 의심이 그런 것이라고 꿈속의 그 괴물이 이야기 했었지? 그런
나의 몸을 묶었던 붕대 부스러기들은 여기에 얼마든지 있다. 그것으로 저걸 감자. 아니 그보다 먼저 내 발목에 그 쇠막대기를 묶는 것이 우선이겠지? 이미 없어져 어느 곳에서 썩었는지 파묻히거나 태워져 없어졌는지 모를 내 발. 도마뱀에게 꼬리가 생기는 것처럼 발도 새로 돋아 날 수는 없는 것일까?여보!! 뭣해!별 것 아닌 것들이었고, 무슨 내용이 있는 것 같지는 않았으나 그 낙서들을 보자 나는 공연히 몸에 소름이 쫙 끼쳐오는 것을 느꼈다.내 마음 속에는 무엇이 들었을까? 아아. 만약에 세상에 악마라는 것이 존재한다면 그것은 내 마음 속에 들어 있는 것이 아닐까? 왜. 왜 나는 내가 원치 않고 해서는 안 되는 그런 말을 남편에게 해대는 것일까!!! 그런데도!!!방문을 넘어서는데 남편의 책상 위에 우연히 펼쳐진 책에 그림 하나가 언뜻 눈에 들어온다. 남편이 회사에서 읽다가 던져 놓은 것이 우연히 펼쳐진 모양이다. 무슨 신화나 전설의 이야기인지 머리가 많이 달린 공룡 같은 것이 사납게 보인다.몸을 돌릴 시간이 없었다. 문이 열렸다. 그리고 검은 양복을 입고 출근했던 남편이 대문을 열고 막 천천히 들어오고 있었다.병원으로 가야 한다는 말을 하려다가 이크 싶어서 말을 다시 삼켰다. 늙수구레한 경비원의 눈이 내 발목을 향하는 것이 보인다.그렇지만 내 입으로 소리를 질러대면서도 무슨 소리를 질러대고 있는지는 내 자신도 알 수 없었다. 그냥 아무 생각도 계속해서 할 수가 없었다. 배반감. 배신감. 아까 언뜻 보았던 이불 밑의 내 발의 모습울음이 복받쳐 올라와 걷잡을 수 없었다. 나는 마치 짐승 같은 소리를 내면서 침대에 얼굴을 묻고 울어댔다.의사는 조심스럽게 말했다.아아아아!!!!!남편의 얼굴이 하얗게 질려간다. 정말 무슨 말인지 모르겠다는 듯. 남편이 저런 얼굴을 거짓으로 만드는 것이라면 정말 남편은 명배우다. 갈채를 받아 마땅하다.무슨 일이 있었는지 말해주렴.남편의 눈이 갑자기 크게 떠지며 얼굴에 다시 생기가 도는 것이 일렁이면서 보인다. 왜 저렇게 모습이 파도치면서 보이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