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남편의 턱수염을 이마에 느끼며 아내가 다시 나직이 속삭였다.허준 덧글 0 | 조회 220 | 2019-07-03 02:30:42
김현도  
남편의 턱수염을 이마에 느끼며 아내가 다시 나직이 속삭였다.허준이 성대감댁에 와서 열흘째 되는 날 새벽이었다.잘 봤군.병증일랑 가면서 세세히 들어도 되리라. 채비 차려 속히 떠나거라.과연 이것 저것 뒤적여가던 유의태의 손이 멎으며 물어왔다. .또 하나 그런 나약한 자가 내 문하에서 나왔다는 것은 나로선 참을 수 없는 수치인즉!그 중놈은 여직 벗님한테 오락가락하나 보군.그러나 방안의 두 여자는 부르지도 따라나오지도 않았다.돌아오는 길 그 비탈진 눈길을 그녀는 거의 몸을 못 가누고 허준의 팔굽에 자신의 팔을 걸고 의지했다. 눈을 강은 채 그녀는 이 뜻하지 않은 허준이란 사내가 짚어가는 대로 허공을 딛듯이 따라왔다.그럼 의원은 흙 파먹고 삽니까. 하는 오씨의 목소리가 들렸을 때 유의태 앞에 술상이라도 놓여 있었는지 돌연 탕! 손바닥으로 술상을 치는 소리가 났다.그러나 임오근은 여전히 대꾸를 않았다. 허준은 소개장을 받아들고 어젯밤 거의 한숨도 잠을 이루지 못했다. 그 서찰이 발이 달린 물건이 아닌데도 자기가 잠든 사이 어디론가 사라질지 모른다는 어린아이 같은 조바심을 했고 자신의 앞길을 확실하게 열어줄 품속의 서찰에서 연상되는 자기의 앞날에 대한 온갖 가슴 설레는 환상 때문이었다. 그리고 바로 그런 자기의 곁에서 땅이 꺼질 듯한 한숨을 내리쉬며 쭈그리고 있는 임오근의 심정도 알 수 있었다.낭자는 삼 년 시묘를 마치고 떠난다 하옵니다.꺽새와 영달이 신음하듯 동시에 뇌까렸고 얼굴에서 하나둘 희망이 지워지고 있었다.아마도 그대도 의원의 길로 들어서기로 작심한 사람인 듯하고 지켜본 즉 서로 웬만큼 말동무가 될 수도 있다 싶은데 그대의 의향은 어떻소?임금의 시탕을 책임진 사람이요 내의원에서도 의술에 정통함과 그 권능에 있어 최고의 인물일 터이다.유의태가 장한을 사랑 불 앞으로 끌어들이며 또 소리쳤고 이어 자기보다 배나 될 사내를 쓸어안았다.허준이 아직도 믿기지 아니하여 다시 물었다. 자기도 모를 긴장에 온 몸이 떨리고 있었다.맞소. 하나 그건 나 같은 신분에서 태어난 자식의
뒤꼍에도 담장 대신 박힌 감나무에 땡감이 노랗게 익어가고 있을 뿐 어머니도 숙영이도 보이지 않았다.허준이 다시 고사하자 정경부인은 그럼 대체 자네의 소원이 뭔가? 웬 고집이 그리 억센가. 하고 사뭇 서운한 얼굴로 허준을 건너보았다.하나 이분은 밤새 어머님의 머리맡에서 숨소리 하나하나 귀기울이고 그 정성이.허준이 유의태 밑에 자기와 함께 있는 문도노라 정중히 소개를 하는데도 노마님은 그저 잠시 시선이 왔을 뿐이고 어설프게 맨 매듭을 허준에게 보이며 어린아이처럼 매달리는 모습이었다.유의태가 가차없이 양예수를 쏘아보았다.허준의 무릎이 떨려왔다. 오금이 떨어지지 않았다.눈발이 비껴간 바위 틈에 두어 잎 시든 풀줄기가 눈에 띄었고 그 마른 가지에 보송보송 말라 있는 붉은 열매가 도대체 이런 엄동에 볼 수 있는 예사 열매가 아니었다. 7년 약초꾼으로 산판을 헤맨 그 호기심으로 허준이 다가가 그 열매의 모습이며 메마른 줄기에 매달린 잎새의 모양을 들 여다보았을 때 돌연 허준은 숨을 삼켰다.그리고 사위포 퇴기년들이 몰려사는 색주가 골목에서 양태놈과 짝이 되어 낯선 뱃놈들과 무시로 벌인 쌈질 속에서 인체의 급소가 어디라는 것쯤 아는 허준이었다.공연한 칭찬은 원치 않네.난 싫다.자자손손 세습하여 주인댁 문전 안에 종의 꼬리표를 달고 살다가 다음 대의 종을 낳아주고 또 낳아주며 또 낳고 낳으며 살다가 죽어가야 하는 사노비의 신세. .!허준이 유의태의 출타를 틈타 겸이의 글공부도 봐줄 겸 집에 돌아와 있을 때였다.좀더 알아보리라. 안광익이라는 인물에 관해 좀더 알아보리라.하고 두 사람 중 연장자인 사십대의 큰갓이 안색을 바꾸며 유의태의 말을 제지했다.염소뿔 오래 묵힌다 해서 사슴뿔이 되더냐? 햇수 오래 된 게 무슨 소용인고. 쑥맥이 아니라면 약초 이름 따위는 사나흘 보고 익히면 알게 돼!그 방안의 눈빛과 자기의 등뒤에 닥치는 영달, 꺽새 들의 조소와 이상하게 긴장된 얼굴을 발견하며 허준이 방으로 들어가자 딴때없이 영달과 꺽새가 그 방으로 쫓아들어왔다.천하게 태어난 것이 억울하다면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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